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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지붕뚫고 하이킥이 말하고 싶었던 한국 사회의 문제 본문
지붕뚫고 하이킥은 내가 중학생 때 봤던 시트콤이다. 다들 알다시피 컨텐츠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짐은 물론 동일한 사람이 어느 시기에 보느냐에 따라 또 다르다.
하지만,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일편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문학을 이해하는 데 정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작가의 의도를 해석할 수 있는 식견이 생긴다면, 생각의 깊이가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컨텐츠니까.
그래서 공교육을 다 마친 후 하이킥을 성인이 되어 보았을 때, 중학교 때 보던 시트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학적으로 웃음을 담아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트콤이었다. 당연히 어렸을 땐 몰랐다.
아래는 09-10년도 중학생 시절 하이킥에서 해학적으로 다룬 시대상의 사회문제들이다. 작금의 나로선 개선은 되었다고 느껴진 부분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더 심해진 문제도 존재하는 거 같다.
1. 갑을관계
(을)
신세경/신신애: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아하지만 본인과 여동생의 숙식이 제공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또한, 세경의 여동생은 고용인의 여동생이란 이유로 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해리의 가족 구성원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강경하게 그 행동을 금하지 않는다.
(갑)
이지훈: 세경을 불쌍한 여자애라고 동료들에게 소개하고 늘 연민의 눈빛을 담아 그녀를 대한다. 또한, 의사의 급한 호출은 그 중요성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당일 약속이 잡힌 연인에게 혹은 지인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이지훈은 매 순간 자신이 약속을 어긴 점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의사와 대면한 사람들은 이해해주기만 한다.
정보석: 수행기사와 신세경에게 본인이 더 위에 있다는 걸 어필하는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다.
2. 학벌/황금만능주의
서울대: 서울대란 이유 하나만으로 황정음의 외모는 프리미엄을 받고 높은 과외 급여를 책정받는다. 학벌이 뛰어나단 이유 만으로 더 높은 급여를 받아도 되는 걸까? 서운대 출신이란 이유로 대학 졸업장을 가진 황정음이 기업에 취직도 못하고 알바를 하는 게 맞는 걸까?
또한, 이현경은 교감 앞에선 여자도 다 할 수 있다며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평등을 중요시하고 편견이 없는 인물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극 중에서 학벌만능주의에 가장 깊이 빠져있는 사람이다. 극 중 그 누구도 이현경을 제외하곤 황정음의 학벌을 언급하며 띄워주는 사람은 없다.
의사: 동료 의사는 신세경의 외모가 맘에 들어 아무렇지도 않게 소개팅 주선을 부탁하며 일반인들 앞에서 본인의 뛰어난 지적 능력을 뽐내기 위해 모를 법한 질문들을 던지며 무례를 범한다. 또한, 황정음의 친구들은 “이지훈”이라고 부르기 보단 “의사 남친”을 의도적으로 더 언급한다. 이지훈 또한 돈으로 물건을 평가하고 선물하고 도와준다.
황정음: 마지막회 비극 후 황정음은 직장 내 높은 위치와 명품을 두른 모습으로 본인의 성공을 보여준다.
정준혁: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하며, 신세경 역시 떠나는 그 순간 까지도 정준혁이 좋은 대학을 가길 원한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에겐 명문대 합격증 외에 다른 목표는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순재: 교감과의 데이트는 항상 이순재가 모든 금액을 지불한다. 그녀에겐 항상 고가의 이벤트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본인의 지출이 늘어나자 가족들에게 긴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입시에 미친 대한민국에선 학벌로 차이를 두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높은 학벌을 쟁취하면 보상이 주어질 거다라는 사실은 어른들이 어렸을 때 구두로 한 말에 불과하다.
반대로, 수능 성적이 아니라 높이뛰기를 잘하면 사회에서 보상을 해준다고 생각해보자. 만일 당신이 은행원이라면 높이뛰기를 못한다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가?
3. 아이돌의 연애 금지
사실 연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당연하듯 걸그룹이 된 유인나의 연애는 금지된다. 마지막엔 노팅힐을 오마주하는 장면이 연출되어 회사의 압박 때문에 이별을 선택한 유인나의 모습을 한 번 더 부각시킨다. 개인적으로 오마주 잘한듯.
4. 도농격차
단순한 전자기기도 사용할 줄 모르고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교육의 의무를 지지 않는 신세경과 신신애의 모습. 극 중에는 우스꽝스럽게 나오지만, 도시와 농촌의 소득/교육 격차는 커지고 있다. 솔직히 태백이면 그렇게 깡촌도 아닌데 너무 산골처럼 나오긴 한다.
5. 4050대 남성의 높은 자살률
정보석은 계약 사기를 당하고 옥상에 올라 자살을 결심한다. 대한민국에서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4050대 남성. 그 수는 동세대 여성의 2배가 넘는다. 사기로 입은 피해를 가족들과 논의하는 게 아니라 가장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경제적인 능력을 잃었다고 생각해 자살을 선택한 정보석의 모습은 지금의 현대사회와 다른 게 무엇일까? 4050대 남성은 하루에 10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6. 기업의 세습경영
이순재의 회사에 능력없는 정보석은 부사장이란 직급을 달고서 일을 한다. 에피소드 순간마다 그의 외모나 체육 능력을 보여주지만, 부사장이 지녀야 할 지적 능력과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회사를 물려받아 사장이 된다는 말을 극 중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서 채용청탁도 마찬가지. 이렇게 대놓고 대한민국 기업구조의 문제를 보여주지만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다. 참고로 애플 CEO 팀쿡은 설립자의 가족이 아닌 부하직원이었다.
7. 불법추심
1화에서 태백 산골에 숨어사는 세 모녀를 찾아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런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마지막화에서 정보석과 이현경이 설산에서 눈싸움을 하는모습을 보며 이를 말해주고 싶어했던 거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멀리서 바라보는 노년 부부의 눈에는 그저 사랑싸움이고, 가까이 있는 두 부부에겐 정말 싸움이었다.
요약 : 당시 사회상을 해학적 표현으로 잘 담아냈는데 심지어 재밌음. 작가의 표현 의도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 10년 넘게 지났는데 해결된 사회문제는 없고 더 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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